나는 일찌기 가톨릭 신부로선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아내와 자식이 있는 젊은이를 대신하여 죽음을 택한
꼴베 신부님을 존경하고 추앙하여 왔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오래도록 살아남은 사람은 신체가 튼튼한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영리하고, 재치있고 눈치가 빠른 사람도 아니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저 사람은 체격이 저토록 우람하고 튼튼하니
우리보다 오래 버틸 거야, 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런
사람이 더 빨리 죽었다고 한다.
가장 오래 살아남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놀랍게도
신체적으론 허약해도 '삶의 의미'와 '희망'을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어떠한 핍박과 고통의 순간에도 '살아 있음의 의미'를
찾고, 끝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가장 오래 살아
남는다고 했다.
그런 내용의 글을 읽고 나는 곧장 꼴베 신부님을 떠올렸다.
그렇다. 1941년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당시, 이미 꼴베
신부님은 몸이 앙상히 뼈만 남은 폐결핵 환자였다. 신부님이
젊은이 대신 자청해서 끌려간 아사 감방(굶겨 죽이는)에서
신부님보다 신체가 좋은 나머지 9명이 차례로 죽어나갔지만,
신부님은 무려 14일 동안을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신부님이 계속 죽지 않자 수용 소장은 신부님에게 독극물
주사를 놓아 마침내 목숨을 끊어버렸던 것이다.
신부님이 그토록 기적처럼 죽지 않았던 이유는 신부님이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던 '삶의 의미'였다. 신부님은 죽어가는
유대인 9명에게 끝까지 용기를 불어 넣으며 쉬지 않고
성가와 기도를 함께 하자고 하면서 빵부스러기를 긁어모아
미사를 드렸다고 한다. 신부님에게 기도와 성체 봉헌,
즉 신앙은 삶의 이유였고, 참 의미였다.
그 다음은 죽음의 순간까지 굳게 매달린 '희망'이었으리라.
실제로 신부님이 아사 감방의 유대인들에게 끝까지 강조한
것은 '희망'이었다고 한다.
비록 우리가 죽음 앞에 놓였을 지라도,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치 말고 깨어 기도하고, 찬송부르며, 그분께 나아가자고
설득했다는 것이다.
꼴베 신부님은 죽기 직전까지 '삶의 의미'와 '희망'을 버리지
않았기게 비록 깡마른 폐결핵 환자였지만, 그 중에서 가장
오래 살아 남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환경 속에서 새해를 맞이한지
벌써 보름이 지났지만 아직도 방역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낮춰질줄 모르는 이때 우리도 힘들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았으면 해서 간만에 되지도 않은 글을 끄적거려 본다.
사랑하는 신부님과 울 님들, 힘내세요~~~파이팅!!
- 울 성당 카페에 쓴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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